MyTripDate
← Back to blog
Member Stories

강릉행 KTX에서 만난 두 사람, 3년 후

By admin Feb 04, 2026 1 min read
강릉행 KTX에서 만난 두 사람, 3년 후

청량리발 강릉행 KTX 7호차, 2022년 11월 토요일 오전. 그때 앞자리에 앉았던 두 사람의 3년 이야기.

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오전 9시 20분, 청량리역 5번 승강장. KTX-이음 825호 7호차 3A와 3B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어요. 한 사람은 서울 망원동에서 살던 27살 프리랜서 디자이너 민정, 한 사람은 부산 해운대가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일하는 30살 항공사 지상직 현우. 둘 다 혼자 강릉에 가는 길이었고, 창가는 민정, 복도는 현우였어요. 이 기사는 그 뒤 3년 이야기예요. 사실에 기반한 재구성이에요.

첫 대화가 시작된 계기

대화는 KTX가 청량리를 빠져나온 지 20분쯤, 민정이 가방에서 꺼낸 책 때문에 시작됐어요. 김훈의 "자전거 여행"이었어요. 현우가 흘깃 봤고, 그 책은 자기도 3년 전 부산행 기차에서 읽었다고 했어요. 책 얘기는 5분을 못 갔지만, 대화의 문은 열렸어요. 두 사람은 강릉역에 도착할 때까지 1시간 50분을 이야기했어요.

강릉에서의 오후

강릉역 앞에서 헤어질 뻔했어요. 민정은 안목해변 쪽 카페 예약이 있었고, 현우는 경포대 숙소 체크인 전에 짐을 맡길 생각이었어요. 헤어지기 2분 전, 현우가 물었어요. "혹시 점심 같이 드실래요? 저는 초당순두부집 한 번 가보고 싶었거든요." 민정은 잠깐 망설였고, "그럼 가볍게요"라고 답했어요.

그 점심이 세 시간이 됐어요. 이후 안목해변 커피거리를 같이 걸었고, 저녁엔 각자 숙소로 돌아갔어요. 연락처를 교환한 건 저녁 7시쯤. "서울에서 다시 만나도 될까요"라는 문장이었어요.

첫 서울 재회

강릉 후 첫 만남은 2주 뒤 망원동이었어요. 망원시장 안쪽 노포에서 저녁을 먹고, 경의선숲길을 걸었어요. 강릉의 여운이 남아 있어서 초반 어색함이 거의 없었어요. 두 사람 다 "여행 중 만남은 현실에선 이어지기 어렵다"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, 그 만남이 그 통념을 깨기 시작했어요.

여행에서 만난 사람은 여행의 기억을 그대로 도시로 가져올 때 관계가 이어져요. 새 사람인 척하지 않고.

1년차: 현실이 섞이다

첫 해엔 두 사람이 서로의 일상을 배웠어요. 현우의 교대 근무 스케줄, 민정의 프리랜서 일감 주기. 공통적으로 문제가 된 건 "주말이 겹치지 않는 주"였어요. 매달 2주 정도는 주말이 엇갈렸고, 그 기간을 어떻게 버티는지가 관계의 체력이 됐어요. 둘은 평일 저녁에 30분씩 영상 통화하는 패턴을 만들었고, 주말 엇갈리는 주엔 서로의 근무지 근처에서 1시간씩 점심만 먹었어요.

2년차: 여행을 반복하다

KTX에서 만났으니까, 1주년은 다시 강릉에 갔어요. 같은 825호는 아니었지만 일부러 7호차 3A, 3B를 예매했대요. 같은 카페, 같은 초당순두부집. 그리고 새 장소도 추가했어요. 주문진 어시장, 솔향수목원. 이 반복이 커플의 서사를 단단하게 만들어줬어요. "우리는 여기서 시작했다"는 기준점이 있는 관계는 싸워도 돌아올 자리가 있어요.

3년차: 이사와 결정

2025년 가을, 민정은 망원동 전세 만료를 앞두고 있었고, 현우는 회사 근처 마곡으로 옮길지 고민하고 있었어요. 두 사람은 합가를 상의했어요. 중간 지점인 공덕으로 합의했어요. 결혼 얘기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, 같이 사는 건 시작했어요. 2026년 봄, 다시 강릉에 가기로 했어요. 이번엔 3박.

이 이야기에서 건질 수 있는 것

KTX 좌석 고르는 팁

청량리-강릉 KTX-이음은 편도 27,600원, 약 1시간 50분. 창가 자리는 오른쪽(복도 기준 A)이 동해를 향해 앉는 방향이에요. 토요일 아침 9~10시 사이 열차가 가장 인기 많고, 그만큼 혼자 여행객도 많아요. 꼭 누군가를 만나기 위한 건 아니지만, 좌석 옆 사람과 자연스럽게 인사하게 되는 공간이에요.

마지막

두 사람에게 이 기사를 써도 되냐고 물었을 때, 현우가 답했어요. "이름 바꿔 주시면 괜찮아요. 그 날 KTX가 늦게 출발했으면 지금 이 관계도 없었을 거예요." 그 말이 이 이야기의 전부일지도 몰라요. 여행은 작은 우연을 큰 관계로 이어주는 통로예요. 다음 주말 기차표를 보고 있다면, 아무 생각 없이 한 좌석만 예매해 보세요.

Related posts

리스본-서울 디지털 노마드 장거리 연애 이야기

Mar 31, 2026
자전거로만 갈 수 있는 섬에서의 데이트: 무엇이 달라지는가

자전거로만 갈 수 있는 섬에서의 데이트: 무엇이 달라지는가

Apr 10, 2026
한국 ↔ 해외 장거리 관계의 숨은 비용

한국 ↔ 해외 장거리 관계의 숨은 비용

Apr 05, 2026